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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가 본 여수 초등학교 체육관 천장 붕괴Issue & Opinion 2023. 5. 13. 02:05
사고 개요
오늘 여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체육관 무대 쪽 천장에서 마감재가 통째로 탈락해 아래에서 수업을 하던 학생들과 선생님을 덮친 사고였습니다. 14명의 부상자가 나왔고 특히 선생님이 크게 다치셨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이유
어느 곳 보다 안전해야할 학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고, 특히나 건축설계를 하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도 제가 설계한 건축물에서 이런 안전사고가 절대 발생하면 안 되기에 이 사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원인/문제점 향후 설계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현장상황
현장 사진을 보니 석고보드 한 겹 위에 흡음재로 많이 쓰이는 목모보드가 시공된 면 하나가 통째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천장에는 각파이프 구조물이 설치되어있었는데, 그 구조물 자체에는 훼손이나 변형이 없이 견고하게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구조물 뒤로는 텅 빈 큰 공간이 있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건현장을 자세히 담은 MBC의 취재영상에서는 석고보드+목모보드의 뒤쪽이 노출된 부분이 나왔는데, 인테리어 현장에서 많이 쓰는 타카(핀)로 고정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고발생 원인 추측
건축물 대장을 살펴보니 해당 초등학교의 체육은 2017년 9월에 준공이 되었습니다. 아직 만 6년이 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 노후로 인한 사고라기엔 의문점이 듭니다. 실제로 마감재가 떨어져 나간 위치의 경량철골구조(각파이프)는 멀쩡합니다. 구조물은 양호한 상태고, 떨어진 석고보드와 목모보드는 함께 붙어서 떨어진 것을 보니 두 재료는 견고하게 접착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발생 원인 1 : 어디가 문제였을까
그렇다면 문제는 구조물과 마감재 사이의 결합방식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까 현장 사진에서 타카핀이 일렬로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천장의 각파이프 구조물에 고정을 위해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공자는 촘촘하게 타정 해서 나름 튼튼하게 고정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사실 타카핀은 못처럼 일자로 매끈하게 생겼기 때문에 핀을 박은 방향의 반대쪽에서 힘을 주면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석고보드와 목모보드 마감재의 뒤에서 미는 어떤 외력에 의해 구조물과 마감재 사이의 결합부가 일부 떨어지면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마감재들이 다 같이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발생 원인 2 : 무슨 힘이 작용했을까
그럼 어떤 외력이 작용해서 석고보드와 목모보드 마감재를 구조물에서 떨어뜨렸을까요. 누군가 뒤에서 마감재를 민 건 아닐까요? 설계도면도 없고 현장을 직접 가보진 않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마감재가 붙어있던 공간의 뒤편은 실제로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거나 접근이 어려운,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아까 천장 구조물 뒤편에 보이는 큰 공간, 그 자체에 주목합니다. 그 공간은 마감재가 붙어 있을 당시 밀폐된 공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외벽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창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학창시절 배웠던 베르누이 정리가 떠올랐습니다.
마감재 속 밀폐된 공간은 공기의 흐름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체육관은 대공간+인공환기장치로 공기의 유동이 활발합니다. 위 비행기 날개 단면 그림에서 이번에 마감재가 떨어진 밀폐된 공간이 아래쪽(느린공기흐름, 높은 압력), 공기유동이 비교적 빠른 위쪽이 체육관 내부로 볼 수 있겠습니다. 비행기 날개에 양력이 생기는 것처럼 체육관 천장 마감재도 내부에서 체육관 쪽으로 양력이 발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힘이 얼마나 세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높은 건물에서는 공기흐름 때문에 1층 출입구 문이 안 닫힐 정도로 바람이 세게 들어오는 연돌현상도 있고, 저도 실제로 바람이 부는 날 공장에서 출입구로 들이치는 바람에 공장천장이 통째로 떨어져 나갈 듯한 힘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추가로 바닷가라는 여수지역의 특성으로 바람이 외벽을 때리며 밀폐된 천장 내부공간에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입니다.
이런 크고 작은 압력이 반복해서 천장 구조물에 작용하며 조금씩 결합부가 느슨해졌고, 천장면이 워낙 크다 보니 그중에서 일부 약한 부분이 먼저 탈락됐을 것입니다. 주변의 다른 마감재와 결합된 힘으로 매달려 있다가 어느 순간 마감재 전체가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발생 원인 3 : 시공자의 안일한 생각
사실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경량철골틀에 석고보드 피스고정. 인테리어에서는 국룰이라 할 정도로 정말 많이 합니다. 물론 천장에도 하죠. 그래서 이 체육 시공자도 괜찮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치 위치가 3층높이정도 되는 데다, 대공간에 넓은 면이라면 안전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석고보드 관련 시방서에 높은 곳에 설치하는 것에 대한 시공방법 관련 내용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시공자는 가벼운 목모보드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베이스가 되는 석고보드는 타카가 아닌 나사+와셔로 경량철골조에 단단히 고정시켰어야 했습니다. 마감공사 당시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작업자가 높은 곳에 하는 작업이다 보니, 재빠르게 설치를 하려 했을 겁니다. 나사로 하나하나 박는 것이 아닌, 타카로 다다다다 쏘면 금방 고정되니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일반적인 시공보다 훨씬 많이 박아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튼튼하게, 안전하게 시공했으면 무고한 아이들과 선생님이 다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 : '빨리빨리' 늘 일정에 쫒기는 학교프로젝트
보통 학교는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이용해 내부환경 개선공사를 하고, 신축이나 증축하는 건물도 학기가 시작하는 3월과 9월 전에는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해당 체육의 사용승인일이 9월 중순인 걸 보면 공사기간을 맞추느라 엄청 바빴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감공사 할 때쯤엔 아마 개학일정에 맞추기 위해 현장이 난리도 아니었을 겁니다. 저도 몇몇 학교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지만, 설계든 시공이든 늘 급합니다. 항상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교육부에 바라는 점 :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교육부나 학교에서는 조금 더 일정을 넉넉히 두고 발주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대신 설계와 시공에서의 안전에 대한 부분을 더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이제껏 그 기간에 설계했고, 그 기간안에 시공도 했다'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그 급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놓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사회에서, 건축사로서 챙겨야 할 것들
사실 건축사는 이번 사고에 대해 더욱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사실 설계를 하다 보면 디테일한 부분들은 늘 써오던 상세도를 적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성에 익숙해지면 안 되겠습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늘 써오던 상세도와 시방서를 다시 살펴보고 관련 내용을 보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석고보드의 경우 단순 1겹, 2겹만 표기하는 것이 아닌 고정 방법까지 명기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감리를 하는 건축사는 시방서와 도면의 내용을 검토하며 높은 곳에 설치하는 마감재에 대해서는 시공방법에 대해서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챙겨야 하겠고, 국토부 및 건축사협회 또는 구조기술사 협회 등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충분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건축설계/시공 규정, 기준 및 표준시방서를 업데이트하고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도와 다짐
이번 사고로 어린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평생 상처와 트라우마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다친아이들과 선생님은 얼른 회복하시길 바라며, 놀란 피해자들을 위한 정신적 치료 지원도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저 또한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더 안전한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참고자료
- MBC뉴스데스크 : '초등학교 체육관 천장이 와르르‥교사·학생 14명 부상' (2023.05.12)
- 매일경제, 매경프리미엄 : '무거운 쇳덩어리 비행기가 하늘에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1)'
- 매일경제, '“이런 날벼락이”…여수 초등학교 체육수업 중 천장 붕괴, 14명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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