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바다가 된 이케아 광명점과 건물의 소화설비Issue & Opinion 2023. 2. 12. 00:20
얼마 전, 이케아 광명점이 물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케아 같은 가구 판매장에는 화장실 외에는 물이 많이 필요한 공간이 그닥 없습니다. 소식을 듣자 마자 소화배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사 결과 역시, 소화배관의 누수 였다고 합니다.
건축물의 소화설비
어느 정도 규모 이상되는 건물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의 안전책을 마련합니다. 그래서 건축허가 시, 협의부서 중 해당지역 소방서도 있습니다. 허가를 받기위해 소방서분들과 설계도면을 두고, 안전에 대한 협의를 하게됩니다. (소방관분들은 사고가 났을때도 사람들을 구해주시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 중, 화재에 대비한 설비 중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문제가 된 소화전과 스프링클러입니다. 둘 다 여러분이 생활하시는 건물에서 자주 보실 수 있습니다.어떠신가요? 특히 제일 왼쪽 소화전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오른쪽 두 소화전을 생활하시는 건물에서 보셨다면 그 건물은 지어진지 10년 내외의 새 건물일겁니다. 거기에 더해 건축가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건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사실 건축가가 소화전 디자인을 따로 챙겨서 소방설계사무실에 요청을 해야지, 안그러면 열에 아홉은 제일 왼쪽 소화전이 설치됩니다. 소방협력사에서도 많은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기존 자료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의 스프링클러도 지금 계신 건물의 천장을 보시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안 보이시는 분은 단독주택에 계시거나, 작은 꼬마빌딩에 계셔서 그럴 수 있습니다.) 보통 한 헤드가 반경 2m정도를 커버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간격은 대게 4m이내로 계획됩니다.(건물 용도별로 조금씩 다르며, 설계할 때는 살수반경이 서로 조금씩 겹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계획합니다.) 화재로 인해 주변 온도가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내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유리밸브, 퓨즈 등이 파괴되면서 배관 안의 물이 쏟아져 나오는 원리 입니다.
왜 소화배관이 문제가 되었을까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에 이케아 광명점에서 소화배관이 문제가 된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소화배관은 비상시에 건물내의 화재를 진압하는데 급히 활용하기 위해서 늘 일정 압력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지하 기계실 같은곳에 소화용으로 사용할 물을 담아두는 수조가 별도로 있고, 그 수조와 함께 ‘소화펌프’가 설치되어 소화배관의 수압을 늘 유지하게 됩니다. 소화전의 물을 쓰기 시작해서 소화배관의 수압이 낮아지게 되면 소화펌프가 자동으로 작동되어 소화수조의 물을 계속 올려보내 배관안의 압력을 유지시켜주는 원리입니다.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이 있는 건물은 대부분 엘리베이터나 계단 주변에 ‘알람밸브실’ 혹은 ‘유수검지장치실’이라고 작은 문을 볼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한번 찾아보세요) 그 곳이 바로 소화배관이 지나가는 통로이자 알람밸브가 있는 곳 입니다. 소화배관의 수압이 줄어들면 그걸 감지해서 건물내에 화재알람을 울려줍니다.(천장에 스프링클러가 있지만 알람밸브실을 못 찾으셨다면, 그건 공간상, 편의상 다른 설비배관과 함께 P.S실에 있을수도 있습니다.)물난리 난 집에 펌프질한 소화펌프
이케아 광명점에서는 소화배관에 문제가 생기면서 내부 수압에 의해 물이 콸콸 쏟아져 내린 것입니다. 이 글을 잘 읽으신 분은 이번 이케아 광명점의 물난리 사건이 단순히 배관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으 실 겁니다. 끊임없이 물이 쏟아져 나온 진짜 원인은 바로 소화배관의 압력을 유지시켜주는 소화펌프에 있었습니다.
소화 배관의 문제로 누수가 생길 수는 있지만, 소화펌프의 작동을 빨리 중단시켰다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 입니다. 소화펌프는 비상시에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상전력(발전기)을 연결하여, 건물의 전원이 차단되어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그만큼 건물에 대해선 사람들이 안전하게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안전을 위해 설계된 설비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스프링클러가 아닌, 소화전 배관에서 물이 샌 ‘덕분에’ 실제 물건과 사람들이 많았던 전시/판매실 내부는 피해가 적었습니다. 스프링클러가 터졌다면, 방문객들이 단체로 물세례를 맞는 말 그대로 ‘워터파크개장’이었을 겁니다.소화배관의 누수문제와 건축가의 고민
소화배관의 누수는 노후된 건물에서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특히 스프링클러의 누수는 많은 재산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몇 건물은 오작동을 우려해 스프링클러 배관의 물을 일부러 빼놓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때, 스프링클러나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우는 일도 많습니다. 항상 물이 차 있는 소화배관이 추운날씨에 동파되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배관에 단열재로 보온을 하거나, 열선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열선은 또 화재의 위험도 있습니다. 하아..생각할게 많죠?
건물에 스프링클러는 설치해야하고, 누수/동파문제는 걱정되고. 이 때 건축가에겐 몇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스프링클러의 종류
습식 VS 건식 VS 준비작동식 VS 일제살수식 VS 부압식 스프링클러
1. 습식스프링클러 - 누수/동파보다 빠른 화재진화가 우선이지!
말 그대로 헤드까지 물이 꽉 차있는 스프링클러 입니다. 누수/동파 우려는 가장 크지만, 실제 화재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작동합니다.
2. 건식스프링클러 - 누수/동파가 걱정되니, 공기를 채워두자!
물을 알람밸브까지만 가압해두고, 각 실의 스프링클러 헤드까지의 배관엔 가압공기를 채워두는 방식입니다. 헤드가 개방된 가압공기가 빠져나가면, 알람밸브가 개방되면서 물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지 않기 위해, 가압공기는 질소 등 반응성이 낮은 기체를 채웁니다.
3. 준비작동식 - 물도 가스도 채워놓기 싫어. 화재가 탐지되면 물을 준비해뒀다가 헤드가 터지면 작동!
물을 알람밸브까지 가압해두는건 건식과 같지만, 스프링클러 헤드가 폐쇄되어있고 그 안에 일반 공기가 대기압 상태로 존재합니다. 화재가 발생했을때, 화재탐지기가 화재를 감지하면, 전기적 신호로 알람밸브가 열리면서 물이 헤드까지 가압되고, 화재가 커져 헤드가 터지면 물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말그대로 준비했다가 작동합니다.
4. 일제살수식 - 큰 화재가 날수있는곳에 한번에 불길을 잡자!
무대와 가연성자재 보관장소 등 화재가 순식간에 커질 수 있는 곳에 적용합니다. 헤드가 개방된 상태로 대기압 상태의 공기가 들어있습니다.(그냥 뚫린 배관입니다.) 화재감지기가 화재를 탐지하면, 알람밸브가 작동하고, 개방된 헤드를 통해 넓은 공간에 대량 살수가 이루어져,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는 방식입니다.
5. 부압(진공)식 - 물은 채워놓고 싶은데, 누수는 싫어
물을 끝까지 다 채워두고,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였을때만 가압을 합니다. 만약 배관 파손등으로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하면, 역회전 모터를 사용해 물을 잡아둡니다. 어릴때 빨대에 마실걸 빨아올린 상태로 입으로 막아서 다른 곳으로 옮겨 보셨던 적이 있을겁니다. 그 원리입니다. 난 그런적 없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좀 더 우아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스포이드나 주사기로 물을 옮기시는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멍은 뚫려있지만, 부압(진공)을 통해 물은 나오지 않는것이죠.
+ 물쓰는건 무조건 싫어! - 가스소화설비
이런경우도 있죠. 전기실이나, 데이터 센터, 중요한 전자기기가 많은 연구소 같은 경우에는 가스소화설비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비쌉니다. 엄청.)
이렇게 건축가는 설계과정에서 소방협력업체와 함께 건물의 용도와 규모에 따라 소화설비에 대한 고민을 하며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소화설비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두고 소방협력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여 결정을 하게 됩니다. 화재시 안전도 중요하고, 평상시에도 문제가 없어야하며, 건축예산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늘 고민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P.S. 서비스로 스프링클러 작동방식에 대해 이해하기 좋은 동영상 하나 덧붙입니다. [출처] 한국소방안전원 유튜브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면 이해가 잘 되실거예요.
스프링클러의 종류'Issue & Opin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사가 본 여수 초등학교 체육관 천장 붕괴 (0) 2023.05.13 건축사가 본 서울 센트럴 자이 기둥 파괴 사고 (0) 2023.03.27 바닥의 화강석/대리석 물갈기에 대해서 (1) 2023.01.19 성남 NC백화점 천장균열을 보며 (0) 2023.01.18 시대에 휩쓸려 사라진 건축 (0)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