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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화강석/대리석 물갈기에 대해서Issue & Opinion 2023. 1. 19. 18:42
공공도서관 로비에서의 미끄러짐 사고
요즘 도서관에서 책 빌려서 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오늘도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서 도서관 1층 로비로 내려오다가, 어떤 아주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 앞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한 중년의 아저씨.
바닥에서 미끄러져 넘어지셨던 것 입니다.
50대 정도 되어보이시는 외모에 머리가 희끗희끗하시고 구두와 깔끔한 체크무늬 코트를 입으신 분이었습니다.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손짓과 함께 다시 걸으시려는데,
몸이 마음대로 안 가누어 지시는지, 비틀거리시면서 팔과 다리가 뻣뻣하게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셨습니다.
결국 몇 걸음 못 걸으시고 다시 넘어지실뻔 한 걸 달려나온 도서관 직원분이 부축을 해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아저씨가 넘어진 이유, 미끄러운 바닥
바닥은 화강석 물갈기.
가장 흔한 바닥마감, 물갈기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바닥 마감입니다. 최근에 지어지는 공공건축물에는 보행자 안전문제로 많이 안 쓰고 있긴하지만, 아직도 웬만한 공공건물 및 큰 건물의 로비 바닥은 대부분 물갈기 마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염이 적고 물청소가 쉬워 관리가 편해서 입니다.
물에 닿았을 때 더욱 위험한 물갈기
다들 비오는 날, 물갈기로 마감된 건물에 가면 미끄러질뻔한 기억이 한번씩은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건물 로비에 매트나 박스를 깔아서 미끄러움을 방지하려고 하죠.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 일상생활에서 커피나 물 같은 액체류를 흘릴수도 있고 그로인해 미끄러질 위험도 높아집니다. 특히 눈오는날은 신발밑창에 작은 눈얼음이 끼면서, 매트나 박스로 물기제거가 완전히 되지않아 더 위험합니다.
오늘 아저씨가 넘어지신 이유도 바닥에 물기 때문이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운동화였으면 더 나았을텐데 구두를 신으셔서 더 미끄러웠나 봅니다. 저도 잠깐 보다가, 주차문제로 급하게 나가느라 아저씨가 이후 어떻게 되셨는지 보지못했습니다만, 머리는 안 다치셨을지 걱정입니다. 도서관을 나서며, 물갈기 마감을 바닥에 쓰는건 정말 삼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끄러짐을 막을 수 있는 거친마감(혼드마감과 잔다듬 등) +발수제(오염방지)
혼드마감과 잔다듬마감 등 미끄러움을 방지 할 수 있는 돌 마감은 많습니다. 오염이 걱정된다면 발수제라는 방수코팅을 하면 연꽃잎에 물이 맺히듯이 물고임과 오염을 막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하철 등 공공부문에서는 대부분의 바닥마감을 거친마감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물갈기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최소한 바닥에는 안 썼으면.
반짝반짝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물갈기를 선호하시는 건축주분이 여전히 많으십니다. 거친마감은 얼룩덜룩 부분부분 오염되어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물갈기 바닥에서 사람이 미끄러져 다친다면, 건축가와 건축주는 책임이 없을까요?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여도 도의적인 책임은 느껴야합니다. 사실 예전 회사생활하면서 설계한 건물 중에서도 혼드마감으로 설계를 해두었는데, 건축주가 관리의 편의를 위해 물갈기로 변경해서 지어진 건물이 있습니다. 비만 오면 문득문득 행여나 누가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의 사고에 건축설계를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앞으로 설계할 건축물에서 물갈기 마감사용은 지양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예비건축주 분들은 본인의 건물을 사용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구상하시는 건축물에서 바닥마감 만큼은 물갈기를 다른 거친마감으로 적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습관적으로 물갈기를 적용하는 건축사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바닥마감이 뭔지 꼭 물어보고 수정해 주세요.) 건축주 분들은 소유하시는 건물의 바닥이 이미 물갈기로 되어있더라도 연마작업을 통해 혼드마감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지관리편의성도, 반짝거리는 이미지도 아닌,
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입니다.'Issue & Opin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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